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 쥐와 회비. 함께 통영으로 여행을 다녀왔었다. 통영을 가게 된 계기는 회비의 직장이 진주에 있었다. 그래서 분기마다 한 번씩 내려가곤 했는데, 이 당시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기 위해서 쥐와 함께 내려왔었다. 몇 시에 출발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무튼 9~10시쯤 진주에 도착했던 것 같다.
당시에 회비는 경상대 근처에서 자취를 했는데, 회비 자취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저녁 겸 술을 마시러 나왔다. 족발을 먹었는데, 더만족이라는 족발집이다. 지금은 당연히 없어졌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검색도 안 해본다.
오랜만에 봤으니 소주 한 잔 해야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정말 즐거웠던 건 잊히지 않는다. 친구들과 족발을 먹고, 코인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회비 자취방에 들어가는 길에 맥주를 사다가 함께 먹었던 일련의 과정들이 지금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촉촉한 족발이 맛있어 보이긴 한다. 이 당시에 회비는 혼자 진주에 있었기 때문에 몹시 외로워했었다. 그래서 절친한 친구인 쥐와 내가 함께 내려가서 외로움을 달래줬다.
코인 노래방을 자주 갔었던 거 같다. 일반 노래방은 음침하기도 하고, 단 몇 곡만 부르고 싶어도 들어가면 기본 1시간 이상 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러웠다. 코인 노래방은 이런 부담감을 많이 덜어줬던 걸로 기억한다. 나이를 먹다 보니 마이크를 잡고 노래 부르는 것도 어색하고 그냥 유튜브로 조용히 음악 감상 하는 것도 좋은 거 같다.
노래를 열심히 부르고 왔으니 이제 맥주 한잔 해야지? 맥주 안주는 회비가 맛있다고 칭찬이 자자 했던 땡초 김밥이다. 우리 온다고 미리 사다 놨다고 한다. 30살 넘게 먹고 친구 집에서 이렇게 편하게 술 마시고 자빠져 잘 수 있는 거는 이때가 거의 유일했던 것 같다.
이 당시 먹었던 땡초 김밥도 지금 없을 것 같은 데, 진짜 맛있었다. 이날은 우리 모두 매국노처럼 아사히 맥주를 마셨다. 아마 저렇게 검은색 캔을 처음 봐서 샀을 거다.
통영 케이블카
다음날 대충 씻고 우리는 통영으로 넘어갔고, 통영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표를 예매하고 우리의 탑승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인증 사진을 남겼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친구들이 좌우로 배치 붙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와 통영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때는 잘 몰랐는데, 뿌옇게 보이는 게 미세먼지 아니었나 싶다. 이때는 미세먼지에 대해서 이렇게 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통영 수산시장
이곳에 내려오기 전부터 회비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통영은 회가 진짜 미친 듯이 저렴해!"라고. '아니 어느 정도길래 그렇게 이야기하지 싶었는데, 음, 맞는 말이었다. 진짜 미친 듯이 저렴했다.
저렇게 한 바구니에 광어 우럭 도미 세트로 3~4만 원 받았다. 진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거의 "우리 사장님이 미쳤어요"였다. 같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거 맞아?
해산물에 대해서 지금처럼 알았다면 뿔소라를 샀을 텐데, 아쉽다. 이때는 그냥 회만 샀었다.
우리가 주문한 회를 뜨고 계시는 중이다. 기다려진다.
점점 쌓이더니 양이 엄청 많아지고 있다.
사진상으로는 얼마 없어 보이는데, 진짜 너무 많아서 충격받았다.
회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각자 회를 들고 사진을 남겨봤다.
횟집 사장님이 된 회비.
먹다 먹다 도저히 물려서 못 먹겠더라. 결국 꽤나 남기고 왔는데, 이렇게 먹고 나니 당분간 회 생각은 일절 나지 않았다. 통영에서 회와 관련된 최고의 경험이었다.
회를 먹고 이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동광식당이라는 곳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맛집의 느낌이 나서 저장해 뒀다.
통영에 왔으니 충무김밥을 먹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충무 김밥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솔직히 이거 날강도 아니야? 싶다. 충무김밥은 그런 존재인 것 같다.
이순신 공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바다 앞 공원에서 소화시킬 겸 산책 한 우리는 거제도로 넘어갔다.
학동흑진주몽돌해변
숙소는 이곳에 와서 잡았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 할 텐데, 이때는 그냥 와서 빈 방 있냐고 물어보고 사장이랑 딜을 한 다음에 방을 잡았다. 회비가 먼저 들어가더니 사장님이랑 몇 마디 하고, 마음에 안 드는지 "딴 데 가자" 하니까. 사장님이 "아 알겠어요. 깎아드릴게요"해서 방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잡았었다. 회비가 이런 딜에 정말 능숙하다.
삼겹살이 먹고 싶었다. 근데 주위에 삼겹살 집이 한 곳도 없었다. 그렇다고 회는 곧 죽어도 못 먹겠어서 결국 편의점으로 향했다. 마침 편의점 옆에 치킨집도 함께 운영해서 치킨이랑 각자 컵라면 하나씩 먹었다. 맥주와 함께 말이다.
이날 무한가요제 음원이 나오는 날이라서 해변에 누워 친구들과 음악을 들었다.
숙소로 들어가 잠을 청하기 전 설빙에 들어가서 팥빙수를 먹었다. 손님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알딸딸하게 취한 우리 셋은 숙소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멍게 비빔밥
멍게비빔밥은 여기서 처음 먹어봤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만족감이 굉장히 높았었다. 멍게만 있어도 이렇게 맛있는 비빔밥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거제 바람의 언덕에 갔는데 사람도 많았고, 더워서 굉장히 힘들었다. 카페를 찾다가 엔제리너스가 있어서 들어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잔 쭉 들이켰다.
이곳에서 단체사진을 몇 장 남긴 뒤 우리는 거제여행을 마치고 진주로 향했다.
거제도에서 다시 진주로 넘어온 뒤, 경상대 근처에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가 있다고 해서 왔다. 우리도 참 바보 같은 게 밥 먹고 디저트를 먹어야 하는데, 디저트를 먹고 "배고프지 않냐?" 이러면서 순댓국 집을 찾아갔다.
여행 마지막 날 먹은 순댓국인데, 굉장히 시원한 맛의 순댓국이었다. 이곳도 회비가 종종 온다는 식당이어서 왔는데 정말 맛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쥐와 나는 다시금 부천으로 올라왔다. 친구들과 여행은 사실 별 계획 없이 가도 재미가 있다. 이건 우리가 서로 성향이 비슷하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가 채워줘서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조금은 쉰다는 느낌으로 계획 없이 다녀왔던 10년 전 통영여행.
친구들과 이렇게 유유자적 떠날 기회가 다시 있을까? 각자 인생이 바빠서 서로 연락도 뜸한 요즘, 생각난 김에 친구들이랑 만날 약속을 잡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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