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무더웠던 여름 와이프와 대부도 여행 이후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디로 갈까? 우리 둘 다 술 좋아하고, 맛있는 거 좋아하니 맛의 고장 목포를 가기로 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식도락 여행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먼 길을 떠났습니다.
고창 다은회관
내려가는 길이 멀기 때문에 중간에 맛있는 점심을 먹고 가고 싶었습니다. 마침 와이프가 구독하던 유튜버가 있는데 "우니끼니"라고 거기서 고창에 있는 다은회관을 소개했다고 합니다. 다은회관은 백합정식으로 유명한 맛집으로 마침 내려가는 길에 잠시 들려서 가면 되기 때문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고창에 가봤습니다. 고창 시내를 좀 지나서, 길을 따라갔더니 시골집 같은 곳에 도착했습니다. 저희가 첫 손님이었는데, 사장님께서 정성스럽게 백합정식을 준비해 주신 게 생각납니다.
소주가 정말 생각나는 맛이었는데, 고창에서 목포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마시지 못한 게 참 아쉬웠네요. 지금도 생각나는 조합으로 백합탕, 백합찜, 백합무침, 백합죽까지 정말 맛있게 먹고 왔습니다. 백합이라는 조개가 원래도 맛있었는데, 더욱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먹으니 맛있게 느껴졌네요. 지금은 육아 때문에 가볼 수 없지만, 아이가 좀 더 크고,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게 되면 가고 싶은 그런 맛있는 식당이었습니다.
목포 신안비치호텔
맛있게 점심을 먹은 뒤 목포로 향했습니다. 저희가 도착한 숙소는 신안비치호텔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 곳의 숙소에서 연박을 하는 게 좋은데, 이때는 뭐가 좋은지 모르고 하루는 여기, 하루는 저기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잤던 거 같습니다. 혹시라도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좋은 숙소에서 연박 하기를 권장합니다. 저희 부부도 정말 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좋은 숙소에서 연박을 하고 있습니다.
신안비치호텔 건물 외관은 정말 낡았는데, 호텔 내부는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호텔 객실에서 찍은 사진인데 목포대교와 고하도가 정면에 보이는 경치가 좋은 곳이었습니다. 날이 무척 더운 여름 날씨에,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였지만 그래도 여행은 즐겁습니다.
목포 유달산에서 고하도로 넘어가는 케이블카가 보입니다. 저도 타보고 싶었는데, 와이프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도저히 탈 수 없었습니다. 너무 아쉬운데, 나중에 아들이랑 둘이라도 다녀와 보고 싶네요. 공중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보고 싶은 그런 마음입니다. 너무 덥거나 추운 날씨보다는 가을, 유달산에 단풍이 물드는 시기에 맞춰 꼭 타볼 계획입니다.
목포 유달산 노적봉공원
유달산 공원에서 바라본 목포 전경입니다. 예전에는 많이 번화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구도심이 되어 쇠퇴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목포항 근처에 있다 보니 이제는 수산시장 근처만 사람이 많고 거리는 휑 한 느낌이 많았습니다. 건물도 많이 낡았고, 사람도 없다 보니 인구유출 속도가 더 빨리 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파트만 보이는 수도권에 있다가 바다가 보이는 도시를 바라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날이 좀 덥기도 하고, 높이 올라가기도 그래서 유달산공원 입구에서 와이프랑 사진 찍으며 놀았습니다. 이 날 날이 덥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사람이 너무 없었습니다. 최근 뉴스 기사를 보니까 목포시가 신안군으로 편입해서 합치고, 목포시라는 이름을 버리고 신안시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데, 인구도 많이 유출되고, 개발할 수 있는 땅도 정말 없어서 이런 선택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기사였습니다. 4년 전에도 이랬는데 지금은 얼마나 더 낙후되었을까요?
덥지만 열심히 돌아다닌 우리 스스로를 위해 저녁 만찬을 즐길까 했습니다. 어딜 갈까? 하다가, 정육식당을 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교수님 따라서 정말 자주 가던 식당이 있었거든요. 00 식육식당이었는데, 지금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 여기 삼겹살이 진짜 진짜 최고로 맛있었는데 그 추억을 따라서 찾아갔습니다. 여행까지 왔으니 소고기를 먹어보자 해서 먹었는데 생각보다 고기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차라리 삼겹살 먹을걸' 와이프에게 맛있는 것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살짝 아쉬운 저녁식사를 했네요.
중앙시장에서 포장할 수 있는 횟집에서 해산물 모둠을 포장했습니다. 키조개 관자, 뿔소라, 멍게, 전복으로 구성되었는데 가격이 상당히 괜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렇게 모둠 구성으로 3만 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저녁에 소고기 때문에 살짝 맛의 명가 목포 이미지를 잃을 뻔했지만, 해산물 모둠으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숙소에서 잎새주랑 함께 해산물 모둠을 맛있게 먹고, 소화시키고 바깥에 나가 맥주 한 잔 마시기 위해 신안비치호텔 바로 앞에 있는 호프집으로 갔습니다. 약간 아재감성의 7080 느낌의 술집이었는데, 배불러서 치킨샐러드 주문하여 와이프랑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여행 첫날을 마무리했습니다.
목포 게살비빔밥 장터
다음날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장터에 왔습니다. 10년 전에는 정말 최고로 맛있는 식당이었고, 예전에 저희 부모님 오셨을 때도 맛있게 먹었던 식당이었습니다. 와이프에게 '기대해도 좋다고'까지 말했는데, 정작 맛은 없었습니다. 정말로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는 無의 맛이었습니다. 추억 보정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여행 둘째 날 식사로 정말 최악이었고, 와이프에게 미안하다고 까지 했습니다. 정말 기대한 와이프도 실망을 해서, 지금은 거의 기억 속에서도 잊힌 그런 식당이 되었습니다.
맛을 지키는 게 어려울까요?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걸까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실망스러울 수는 없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요즘은 얼마나 더 빨리 변합니까. 그래서 맛도 이렇게 변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실망스러웠습니다. 좋은 추억의 장소를 잃었지만 분위기 전환을 위해 카페를 가기로 했습니다.
목포 유달유업
유달유업이라는 카페에 왔습니다. 언제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게 분위기가 꽤나 괜찮아서 좋았던 카페입니다. 옛날 감성의 느낌을 담은 카페였는데, 가구도 상당히 오래되어 보였고, 자개장, 자개테이블로 가게가 꾸며져 있었습니다.
저는 이때 아포가토를 주문했는데, 엑셀런트 아이스크림 두 개나 주셨습니다. 크, 인정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다녀오신 다른 블로거의 글을 봤는데 제가 갔던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어 보였습니다. 오래도록 장사가 잘되어서, 좋은 추억을 남겨줄 수 있는 그런 카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포 목포대교(고하대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분을 전환한 다음 저희가 향한 장소는 목포대교입니다. 다음 숙소 입실까지 시간이 조금 뜨기 때문에 적당하게 시간 때울 장소가 필요했고, 그래서 목포대교를 건넜습니다. 목포대교가 엄청 높아서 뭔가 구름 속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을 받았는데, 드라이브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었습니다. 대교 끝으로 가면 허사도라는 목포 신항만에 도착할 수 있는데, 이 당시에는 허허벌판에, 건조하다가 중지된 선박 일부가 있는 등 뭔가 분위기가 삭막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을까요? 경기는 더욱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네요. 다시 한번 목포 여행 가면 들려보고 싶은 장소입니다.
목포 달빛언덕 게스트하우스
목포 여행 2일 차 숙소는 '달빛언덕 게스트하우스'입니다. 목포시 청년일자리센터 맞은편, 언덕에 있는 숙소인데 저희가 갔을 때는 다른 여행객이 없어서 조용히 저희 부부만 머물 수 있었습니다. 시설 내부는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목포에 왔으니 민어를 먹어야죠? 민어의 거리가 바로 옆에 있습니다. 민어를 먹기 위해 찾아간 곳은 포도원 횟집입니다. 카카오 맵으로 식당을 매번 찾는데 영란 횟집이 가장 유명해서 거길 갈까 하다가, 리뷰를 세세하게 읽어보니 포도원 횟집이 더 끌려서 그곳으로 갔습니다.
목포 민어골목 포도원 횟집
당시 코로나가 한창 심할 때라 가게에 손님이 없었습니다. 포도원 횟집은 할머님 혼자 운영을 하셨는데, 저희를 보고 상당히 반가워하셨던 게 느껴집니다. 민어회를 주문하고, 이것저것 찬이 나왔습니다. 반찬이야 목포니까 말이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민어가 나왔는데, 굉장히 큰 민어였습니다. 민어도 크면 클수록 맛이 좋다고 하는데, 민어회 첫 입문에 아주 맛있고 큰 민어로 제대로 입문했습니다. 양념장도 정말 맛있고, 기름장에 찍어먹는 맛도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민어회에서 가장 일품으로 꼽는 부위가 바로 부레 아닐까요? 부레가 정말 맛있었는데, 저희가 너무 맛있게 먹으니 할머님이 부레를 조금 더 꺼내서 주셨습니다. 정말 귀한 부레를 양껏 먹었고, 민어 아가미 쪽 살도 주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마무리로는 민어탕이 나왔는데, 몸보신이 제대로 되는 맛이었죠. 이렇게 먹다 보니 와이프랑 소주 3병을 마셨습니다. 3병을 마셨다는 것은 정말 정말 최고로 맛있고, 기분까지 좋았다고 표현하면 될 겁니다. 첫째 날 소고기, 둘째 날 장터 게살비빔밥으로 실망을 했는데, 모두 잊을 수 있을 만큼 민어회는 맛있었고, 최고의 한상이었습니다.
목포 카페 '당거'
민어회에 소주까지 알차게 먹고, 알딸딸한 상태에 날도 무척 더우니까 정신이 없어서, 근처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당시에는 이름도 몰랐는데, 지금 찾아보니 '당거'라는 카페입니다. 여기 들어가서 팥빙수를 주문해 먹었는데, 적당히 달달하고, 우유얼음이라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코로나 시기에 여행을 해서 그럴까? 사람이 없다 보니, 여행 자체가 무척 조용했고, 어딜 가도 대우받는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당거에서 팥빙수 맛있게 먹고, 숙소에 들어와서 한숨 잔 뒤 차를 끌고 하당으로 갔습니다. 노래하는 분수도 보고, 이것저것 구경하려고 갔는데, 목포 사람은 모두 거기에 있었습니다.
적당한 요깃거리를 찾았지만 못 찾아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먹을 것 좀 사 올까? 해서, 목포역 맞은편에 있는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산 뒤 돌아오는데, 정말 정말 정말 무서웠습니다. 가로등 불빛도 미약하고, 사람은 없고, 사람이라고는 있는데 이상한 노숙자가 스멀스멀 걸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와이프랑 정말 손 꼭 잡고, 빠른 걸음으로 숙소까지 거의 반 뛰다시피 하면서 왔습니다. 혹시라도 목포역 근처에서 머물 생각이 있으시다면 절대 혼자 다니시지 마시고, 웬만하면 필요한 것은 낮에 다 구비해 놓으시고, 밤에는 숙소에서 술 한 잔 드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길 추천드립니다. 저희도 숙소 자체는 마음에 들었지만, 정작 주변이 너무 조용하고, 사람도 없고, 으슥한 골목이 이곳저곳에 많았기 때문에 목포에 다시 여행을 간다면 밤에 절대 나오지 않을 예정입니다.
목포 신안오리탕
편의점에서 사 온 컵라면과 안주를 먹으며 여행 2일 차를 마무리한 우리는 다음날 짐을 챙겨 떠날 채비를 했습니다. 목포에서 먹는 마지막 음식은 어떤 녀석으로 정할까? 고민하다, 오리탕을 먹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먹었을 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10년도 더 전에는 교수님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철부지였는데, 지금은 직장인이 되고, 사랑하는 여자친구(지금은 마누라)와 함께 추억의 음식을 먹으러 와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리탕 반 마리를 주문했는데, 양이 너무 많았습니다. 미나리를 4 바구니 주시고, 반찬도 너무 맛있고, 메인 메뉴인 오리탕은 된장 베이스의 국물이 녹진하고, 구수해서 소주를 부르는 맛이었습니다. 아쉽지만 술을 할 수 없음에 눈물을 머금으며, 국물과 살코기를 맛있게 먹고, 미나리를 열심히 국물에 데치며 목포 여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여행은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에 다시 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지만, 한 편으로는 아쉬움도 조금 남는 와이프와의 첫 장거리 여행이었습니다. 내년에 우리 아들이 조금 커서 적당히 쉬어가면서 차를 탈 수 있다면, 목포에 다시 가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저만의 추억이 있는 그런 곳이었지만, 4년 전 와이프와의 여행을 통해 새로운 기억으로 덮어쓰기가 되었습니다. 안 좋았던 기억은 좋았던 기억으로 덮을 수 있었고, 안 좋았던 기억이나 그때의 감정은 점차 희미해지고, 좋았던 감정은 더 선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목포는 저에게 다시금 기다려지는 그런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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