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안부두 수산시장
지금은 내 옆에서 함께 자고 있는 우리 마눌과 나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첫 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행지는 대부도, 설레는 마음으로 '가서 무엇을 먹을까?', '숙소는 어디로 할까?' 기타 등등 여행 계획을 세우며 꽁냥 거릴 때였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우리가 주말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바다는 아무래도 대부도가 아닐까? 강원도, 아니면 다른 서해 바다는 각을 잡고 가야 하지만, 준비한 것 없이 훌쩍 떠나고 싶을 때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대부도였다.
대부도라는 목적지를 정하고, 숙소를 찾았다. 숙소는 지금도 그렇지만 와이프가 정말 잘 찾는다. 리뷰, 블로그의 글을 정독하고 괜찮은 곳을 잘 찾는 비결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급 계획을 세운 것에 비해서 괜찮은 숙소를 구할 수 있었고, 재작년에도 한 번 다녀왔던, 대부도관광호텔마리나이다.
숙소를 정했으니, 어떤 안주를 챙겨갈까? 고민하다가 오징어회를 사가기로 했다. 와이프가 오징어 회를 좋아해서 인천 연안부두에 있는 수산시장에 가서 오징어 회를 포장했다. 오징어만 먹으면 조금 아쉬울 수 있으니 소라도 몇 개 사서 구워 먹기로 했다. 당연하게도 고기도 구워 먹어야 하기 때문에 고기는 어디서 살까 하다가 인천 연안부두 가는 길목에 있는 이마트에서 삼겹살과 항정살 버섯, 소주, 맥주를 사서 호기롭게 대부도로 출발하였다.
대부도관광호텔마리나
대부도관광호텔마리나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곧장 소주와 회, 그리고 고기 먹을 채비를 한 다음 옥상으로 올라갔다. 대부도관광호텔마리나는 옥상에서 바비큐를 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이 점이 정말 좋다. 그렇게 바리바리 챙겨서 테이블 하나를 골라 앉은 다음 포장해 온 오징어 회를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테이블을 정하면 호텔 관리하시는 사장님이 옆에서 바비큐를 할 수 있게 숯불을 준비해 주신다. 숯불의 불이 붙고 안정되면 오겹살을 구워 먹었다. 여행과 음식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해야 재미있고, 즐겁고, 맛있는 것 같다. 우리의 첫 여행은 사실 서툴고 준비한 게 없어서 많은 게 부족했지만, 단지 쌈장 하나에만 찍어 먹는 삼겹살마저도 너무나 맛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저것 사 온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남은 숯불에는 소라를 직접 올려서 구워 먹었다. 와이프와 나는 지금도 이야기하지만, 전복보다는 소라가 더 맛있다. 전복은 해초류만 먹어서 그런가? 잡식성인 소라가 그래서 더 맛있는 것 같다. 알딸딸하게 취했지만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우리는 해변으로 가서 바닷가를 산책하기로 했다.
와이프가 여행 온다고 슬리퍼를 사 왔다. 버켄스탁? 커플 슬리퍼를 신고 우리는 밤 산책을 했다. 이때 날씨가 낮에는 엄청 더웠는데, 그래서일까? 모기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래 바닷가 모기가 아주 독한데, 다행스러웠다. 밤 산책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대부도 삐죽이백합칼국수
다음날 숙소에서 나온 우리는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칼국수 집을 찾아갔다. 대부도에 올 때마다 가는 식당인데, 삐죽이 칼국수라는 곳이다. 이곳은 친구 처뤼가 10년도 전에 대부도 여행 와서 찾은 식당인데, 늘 맛있어서 지금도 근처를 지날 일이 있으면 가는 식당이다. 와이프랑 식당에 도착한 우리는 당연하게도 백합칼국수 2인분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백합조개가 입을 벌리면 조개 먼저 먹고, 조개를 다 먹은 다음에 칼국수 면을 넣고 익혀서 먹으면 된다.
선재도 리틀미코노스
그렇게 아침 겸 점심 첫 끼를 해결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 나섰다. 어떤 카페를 갈까 하다가, 리틀미코노스라는 카페를 찾았다. 언덕에 있는 카페였는데 바다 전망이 괜찮아 보여서 찾아 나섰다. 이 카페는 대부도에서 안으로 더 들어간 선재도라는 섬에 있는 카페다. 우리의 숙소, 그리고 점심을 먹은 삐죽이 칼국수 모두 대부도 초입에 있는데, 대부도 안 깊숙이 선재도 까지 들어오다니? 그냥 와이프랑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었던 마음 때문 아닐까 싶다.
태양 빛이 작렬하는 날이었지만, 습하지 않아서 그늘은 생각보다 선선했다. 음료를 주문하고, 사진을 찍는 구 여자 친구, 현 와이프 사진을 찍어줬다. 사실 와이프는 사진 찍히는걸 별로 안 좋아한다. 예나 지금이나 안 좋아하는데, 연예 초기에는 그래도 좀 찍는 것 같았다. 근데 지금은 늘 피한다. 와이프 왈 '잡은 고기에겐 먹이를 주지 않아' 그렇단다. 그래서 사진도 잘 안 찍혀 주는 우리 마눌이다. 물론 내가 이상하게 찍는 것도 안 찍는 이유 중에 5할은 차지할 거다.
우리 와이프 찍어주면서 옆에 보니 한쌍의 원앙과 같은 커플이 앉아계셨다. 이쁜 사랑 하고 계십니까?
커피를 마시고 잠깐 바닷가에서 산책하고, 사진도 몇 장 남기며, 도란도란 즐거운 데이트를 하며 우리의 첫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4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가 생생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사진이라는 추억 저장 도구, 그리고 와이프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 때문 아닐까? 앞으로는 우리가 다녀왔던 여행, 데이트에 대해서 조금씩 글을 올리는 여유를 가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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