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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을 끝자락에서 안동 그리고 경주 여행기 - 2

by 라초딩 2025. 2. 10.

동해에서 맞이하는 아침, 일출이 가히 예술이다. 도시에서의 생활과 복잡함 들을 잊게 해 주는 그런 매력이 있다. 이런 광경을 매일 볼 수 있다면 어떨까? 특별하다고 느끼는 이 순간이 평범한 일상이 될까? 창문을 살짝 열고 바람, 파도 소리를 들으며 오늘의 일정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기지개를 켰다.

우리가 퇴실할 시간에 이미 해는 중천에 떠올랐고, 동해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커피와 빵을 먹기 위해 카페를 검색하다가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카페를 가기로 했다. 카페 이름은 EGO카페다.

EGO 카페

숙소 바로 옆에 있던 카페, 주인이 같으신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상 가족이 아닐까 싶다. 이때가 가을의 끝자락이었는데 통유리로 된 건물 + 동해의 바다 + 직사광선, 이 3박자가 맞으니 실내가 더웠다. 온풍기가 필요 없는 날씨다. 만약 여기가 여름이라면 냉방용 에어컨 24시간 풀 가동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유리창 너머 잔잔한 동해바다의 풍경도 예술, 카페의 분위기도 차분하니 좋았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등받이가 없어서 좌석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하긴, 여기에 빈백을 가져다 뒀으면 2~3시간은 죽치고 앉아있었을 거다.

근데 진짜로 빈백이 있다. 내가 간 시간은 해가 중천에 있어서 직사광선에 뜨거웠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석양이 동해 바다를 내비칠 때, 빈백에 누워 사색에 잠기면 없던 아이디어, 가능성, 예술성이 튀어나올 듯하다.

불국사

경주에 왔으니 불국사를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넘어왔다. 불국사, 이 당시에는 입장료가 6천 원이었는데 지금은 무료라고 한다. 사실 문화재가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세월의 풍파와 많은 관람객에 의해서 훼손되므로 보수가 필요할 텐데, 입장료 수입이 없다면 결국 나라에서 모든 비용을 떠안는 게 아닌가? 입장료를 유지하면 어땠을까 싶긴 하다.

대릉원

대릉원 역시 무료로 개방되었다고 한다. 상당히 넓은 곳이라 천천히 걸으며 관람했다.

황남동 황리단길

황남동 + 경리단길 해서 핫 한 지역을 "00 리단길" 붙이는 게 유행인 것 같다. 거리 자체는 아름다웠지만, 뭔가 요즘 유행, 흥하는 것들로 침식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조만간 이 지역의 특색이 분명 사라질 듯하다. 물 들어올 때 한 번 빼먹고 빠지자 주의의 가게가 성행하고 있고, 지역 맛집보다는 이미 다른 곳에서 유명해진 식당 또는 개똥 같은 "감성"주의의 가게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여기 상권 임대료랑 물가만 오르고 경리단길 꼴 나는 게 아닐까 싶다. 왠지 그럴 것 같다.

선녀네 떡볶이

요즘 유행하는 맛보다는 인스타용 가게들의 식당들은 재끼고 지역 맛집을 찾아왔다. 선녀네떡볶이 집에 와서 쫄면과 김밥 그리고 떡볶이를 주문해서 먹었다. 가격은 이 지역 물가에 비하면 한 없이 저렴했고, 맛도 훌륭했다. 그때와 같은 느낌으로 현재도 운영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매일의 공간

와이프가 친구 추천?으로 이곳에서 꼭 머물고 싶다고 해서 찾아왔다. 방 값이 저렴하진 않았다. 하지만 우리만 사용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 있었다. 깔끔하고, 친절하고, 포근하고 조용했다.

밤이 되니 조명 빛에 의한 아름다움이 연출되고 있다.

바비큐는 맞은편 건물에서 할 수 있다. 숯불 그릴은 아니고 전기 그릴이라 그 점이 많이 아쉬웠지만, 깨끗한 감성을 위해서 어느 정도 감수해야만 했다. 

이 공간 역시 주인분께서 아주 예쁘게 꾸며 놓으셨다. 소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인 느낌이 든다.

소고기를 맛있게 구우며 와인을 한 잔 곁들였고, 그렇게 우리 부부는 재미있고 즐거운 경주에서의 2일 차 밤을 맞이하였다. 

다음날 아침 자고 있는 마누라.

아침식사를 주인분께서 직접 가져다주신다. 쌀은 직접 농사지은 쌀이라고 하신다. 찰기와 윤기가 흐르는 아주 맛있는 밥이었다.

반찬도 직접 다 만드신다고 한다. 뭔가 어린이 밥상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겨울의 끝자락에서 안동 그리고 경주 여행을 알차고, 즐겁게 마무리하였다. 지금은 육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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