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살던 집 근처에 눈이 온 뒤여서 카메라를 들고 나와서 사진을 남겼다. 인생에서 가장 고민이 많았을 시기다. 답답한 마음에 다음날 서산에 내려갔다.
간월도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한 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12월이라 그런지 사람은 거의 없고, 차가운 바닷바람만 거세게 불고 있었다. 소라껍데기 낚싯줄은 주꾸미를 잡기 위해 쓰인다.
썰물이 되면서 간월도로 넘어갈 수 있게 되어 걸어가는 중이다. 복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서 카메라로 이것저것 사진을 많이 찍었다. 잘 찍은 사진을 보며 그나마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정처 없이 이곳저곳 발길 따라 돌아다니다가 저녁에는 큰고모 집으로 갔다. 조카 미니와 아빠랑 함께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다. 삼겹살이 진짜 맛있어 보인다.
벌 키우는 통이었는데, 양봉을 접으면서 사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벌통으로 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었다.
나의 부름에 한 걸음에 와준 미니. 고마웠다. 먹고 자고 가라고 했는데, 먹고 택시 불러서 집으로 돌아갔다. 자식.
날이 추워서 같이 불 쬐는 중이다.
타오르는 장작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다.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 마음이 답답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불타는 장작처럼 나도 타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나도 언젠간 밝게 빛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을 거 같다. 사실 지금 그 당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지만, 사진만 봐도 그때 내가 정말 힘들어했다는 건 느껴진다.
맥주와 함께 고기를 구워 먹으며 많은 대화를 하진 않았지만 그냥 서로 알고 있었다. 이런 시간이 있어서 지금 단단해질 수 있지 않나 싶다. 미니는 이후 호주로 워홀을 떠났다.
진짜 갈 줄 몰랐는데 그렇게 떠났고 나는 조금 더 방황한 다음에 마음을 다잡고 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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